생활문화

구성부터 비전까지,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문화의 집 :
원주시 판부문화의집 노만의 국장 인터뷰

시민들이 진짜 원하는 문화를 만드는 사람

우후죽순 쏟아지는 지역축제, 여러분들도 다녀와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다른 지역 축제들과는 달리 시민들이 하고 싶은 행사, 즐기고 싶은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판부문화의집의 노만의 국장입니다.
노만의 국장은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귀 기울여 듣고,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어 문화활동, 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강당에 있는 대부분의 물건들은 판부문화의집에서의 문화활동을 즐기는 주민들이 기증한 물품일 정도로 주민 참여의 깊이가 깊은데요. 진정한 소통과 문화의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노만의 국장을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 ‘판부문화의집’ 노만의 국장

Q. 현재 계시는 판부문화의집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A. 판부문화의집은 지리적 여건 덕분에 설립 12년 만에 많은 사람이 찾는 성공적인 ‘문화의 집’이라 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시설 또는 기자재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실정에도 시민 기증을 통해 불만 없이 자발적으로 돌아가는 ‘시민이 운영하는 문화의 집’입니다.

Q. 판부문화의집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기획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문화 프로그램은 크게 두 종류입니다. 첫 번째로는 상설 프로그램인데요. 강좌 또는 모임의 형태로 진행이 됩니다. 두 번째는 프로젝트 행사입니다. 두 종류 프로그램 모두 기획 시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은 ‘주민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가?’입니다. 주민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알면 바로 지원 사업을 매칭해주고 지원을 하게 되는데요. 사실 주민들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주민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아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기획안 예시, 프로그램의 사례 등을 보여주고,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세심하게 원하는 사항을 파악하죠. 이 때 단순히 구성적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닌 추후에 어떤 문화적 가치를 얻어갈 수 있는지, 즉 비전까지 꼼꼼하게 설계해줍니다. 그렇게 기초부터 탄탄하게 시작하는 기획들이 시민들의 적극적 지지를 받고 높은 참여율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이쪽 분야에서 일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원래 제 전공은 음악입니다. 그래서 관련 전공을 공부하다가 군대를 가게 되었는데요. 그 때 군악대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원주에서 진행하던 군악 축제가 있었는데, 그 축제가 너무 좋아서 직접 전문예술활동도 하곤 했었어요.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화기획을 하게 되었고, 판부문화의집까지 오게 되었죠.

Q. 선생님께서 요즘 가장 많이 하고 계시는 생활문화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보통은 전공이 음악이다 보니 지역의 밴드들을 도우러 다니는데요. 최근에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기획한 ‘우드카빙’ 프로그램을 가장 많이 즐기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은 생활문화진흥원에서 지원받은 지역문화시설 배치인력이 기획한 프로그램인데요. 기획부터 상당히 재미있게 시작되었습니다. 판부문화의집 프로그램이 대부분 주부들을 대상으로 기획되는 경우가 많아요. 가장 여유시간이 많은 집단이다 보니 수요도 많아서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역 전문 인력이 지역주민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우리 아버지들, 아저씨들을 위한 기획은 없구나’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원주시는 주중에만 일을 하러 내려오는 소위 기러기아빠들이 많거든요. 이분들을 대상으로 기획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 진 프로젝트가 ‘문아재(문화+아저씨를 뜻하는 아재) 프로젝트’입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아저씨들이 모여서 밥이라도 먹자는 생각에 일단 모임의 형태로 기획을 하려고 했었다고 하는데요. 일단 네트워크가 형성이 되니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어 회의 끝에 ‘우드카빙’(목공예) 동호회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강사분과 함께 우드카빙을 배우고 공예품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모임도 갖게 되었어요. 뜻밖에도 이 프로그램이 호응이 엄청나게 좋았고, 저 또한 큰 재미를 느끼며 생활문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 ‘판부문화의집’ 노만의 국장

Q. 현장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오셨는데요. 관련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보람은 무엇이었나요? 또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A. 기본적으로는 주민들이 문화의 집을 좋아하게 되는 것에서 당연한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처음에는 2명 정도로 시작했던 동호회가 10명으로 늘어난다든지 하는 구성적인 측면에서도 보람을 느끼고요. 한 가정의 어머니, 특히 아버지가 생활문화를 즐기며 일상의 활력을 느낄 때 가정의 분위기가 큰 활기를 가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문화의 집을 방문한 아버지들이 이전보다 좋아진 가정의 분위기에 대해 얘기해줄 때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장 아쉬운 점은 이런 당연한 보람을 느끼고 살아가기에는 문화 기획자들의 생계유지 기반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사실 문화기획을 통한 수익구조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의 문화 기획자들이 이런 측면에서 실망감을 느끼고, 이것이 누적되어 업계 자체를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주민을 대상으로 혜택을 더 많이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그에 앞서 기획자들도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획자가 대우를 받아야 더 많은 인재가 유입되고 더 체계적이고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최근 문화예술활동 중심으로 지역민과 지역생활문화결합이 잘 된 사례가 있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질문을 듣자마자 바로 생각나는 사례가 있습니다. 저와 청년 문화 기획단 ‘딴’이라는 친구들과 진행한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문화의 힘으로 끌리는 수레라는 뜻인 ‘문력거’ 프로젝트입니다. 지역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 상인들을 인터뷰를 진행했었는데,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솔직하게 “저희가 어떤 것을 해드릴까요? 공연, 봉사 등 문화적으로 도움 될 수 있는 한 도와드릴게요.”라고 물었는데요. “간판을 만들어 주십시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단순히 공연 위주로 진행될 줄 알았던 저로써는 상당히 의외의 답변이었습니다.
그래서 큰 수레를 하나 준비해서 그곳에 필요한 물건을 모두 싣고, 앞서 말한 간판을 포함하여 상인들이 필요한 것들을 만들기 위해 시장을 돌아다니게 됩니다. 이 수레가 바로 문화의 힘으로 문화를 실어서 문화를 나르는 ‘문력거’인 것입니다. 지역의 동아리들을 활용하여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통해 문화 교류와 지원’을 제공하는 문력거 프로젝트는 큰 호응을 얻게 되었습니다. 생활문화인은 캘리그라피, 목공예품 등을 통해 보람과 가치를 느끼고, 지역민은 그를 통해 실용적인 이익을 얻는 이상적인 구조가 실현된 셈이죠.


▲ ‘문력거’ 프로젝트

Q. 강원도 원주 지역만의 특별한 생활문화가 있을까요?
A. 우선 원주는 강원도에서 가장 큰 도시입니다. 소위 있을 것은 다 있는 곳이지요. 특히 직장이 생활권 내에 위치하고 교통이 편리해서 다른 지역과는 달리 주민들이 풍부한 여가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딱 하나를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굳이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타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발달한 다양성과 볼륨이라고 할 수 있겠죠.

Q. 앞으로 하고 싶은 생활문화 또는 사업이 있으신가요?
A. 원주시에는 자원봉사자가 많은데요. 특히 할머니들이 자원봉사를 많이 합니다. 이분들 대부분이 오랫동안 봉사를 해오시다 보니 말하지 않아도 일을 척척 진행할 정도로 실력이 좋으신 분들이에요. 그런데 일부 행사에서 영어가 안 된다거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는 분들이 종종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런 전문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예시로 들었던 할머니들에게 특히 가질 수 있는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철저히 CS교육을 진행해서 전문 봉사단을 꾸리고 싶습니다. 그 후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역 행사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거죠. 실제로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영어 강좌가 진행된 적이 있었어요. 완전히 기초인 알파벳부터 차근차근 가르치는 강좌라 너무 반응이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이렇듯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몇 개 더 구상해서 전문 봉사단을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생활문화 발전을 위하여

판부문화의집 노만의 국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노만의 국장이 원주시의 생활문화 발전을 위해 해온 많은 일들에 대해 들을 수 있었는데요. 노만의 국장과 판부문화의집의 많은 분들의 지원으로 판부문화의집은 이용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긴 시간 파악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노만의 국장은 마지막으로 문화발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점으로 두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첫 번째로는 단순히 예산을 늘리거나 홍보를 강화하는 일차적인 방안보다 직접 지역의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이었습니다. 문화공간이 마치 영화관처럼 당연히 찾게 되는 시설이 되려면 무엇이 도움이 될지, 잘 쉬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로, 문화 활동가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문화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문화기획에 계속 매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에 노만의 국장은 정책적 일자리를 늘리거나, 기획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제공해야 기획자들이 적극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즉, 사업비 보다는 기획비, 콘텐츠보다 운영인력에 초점을 둔 지원이 자유로운 창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화 기획의 올바른 방향성과 기획자들이 안정적으로 자유롭게 일하는 공간이 조성되어 대한민국의 생활문화가 더욱 발전해 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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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16년 10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