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서로의 활동을 지지해주는 것, 생활문화가 주는 가장 큰 매력” : 문화컨설팅바라 권순석 대표 인터뷰

여러분은 ‘바라’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창조’라는 뜻의 히브리어인데요. 문화를 통한 가치 ‘창조’ 실현을 목표로 힘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전국을 돌며 다양한 문화기획 활동을 펼치고 있는 문화컨설팅 ‘바라’의 권순석 대표입니다.
권순석 대표는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넘어 지역과 소통하고, 그 속에서 ‘문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들을 창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화를 매개로 사람과 지역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모색하고 직접 나서 기획하며 실행하고 있는데요. 그를 만나 생활문화의 중요성부터 생활문화 활동을 하는 방법, 그리고 그가 경험한 다양한 생활문화 사례들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Q. 권순석 대표님이 생각하는 생활문화란 무엇인가요?
A. 사실 생활문화라는 개념 자체는 개개인이 각자 다르게 해석하기도 하고, 여러 의미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생활문화는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모든 활동 자체가 생활문화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예술 장르 동아리, 아마추어 예술 활동만이 생활문화가 아니라 의, 식, 주, 일, 놀이 등 다양한 일상이 생활문화 영역 안에 포함이 되는 거죠.

Q. 최근 정부의 문화정책에서 생활문화가 강조되고 있는데요. 그 이유와 의미, 그리고 중요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이번 정부의 문화분야 국정 과제 중에 가장 강조되는 정책이 생활문화라고 얘기를 들었어요. 사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문화기본법’을 통해 문화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가 되었거든요. 그리고 일상 안에서의 문화적 활동들이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고요.
이러한 문화활동은 단순한 문화소비의 의미를 넘어선 사회안전망과 같은 의미의 확장이 이뤄지고 있어요.
생활문화가 주목 받는 이유 중에 하나는 삶의 질 문제랑 맞물리는 거 같아요. 그동안은 경제적으로 성장 중심의 시대였잖아요. 당시에는 (생활)문화활동은 경제적 활동에 비해 뒷전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어느 정도 경제성장도 이루었고, 삶의 기반들이 많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은 오히려 떨어졌어요. 청소년 자살률이나 청년문제 노년문제 등 여전히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는 거죠. 지표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OECD 나라 중에서 경제규모로는 10위권 내외로 나타나는데, 행복지수는 25위를 넘어가요. 많은 사람들이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고 그 요인을 알아보던 중에 서로가 서로의 활동들을 공유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행복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죠. 생활문화(활동)은 단순히 문화복지나 문화수혜 관점에서의 중요성을 넘어선 사회를 지지하는 역할로써 의미를 가집니다. 그 안에 생활문화 정책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고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생활문화정책이 문화정책에서 우선적으로 부각이 되었다는 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Q. 그동안 생활문화 관련 정책과 사업에 정책연구, 컨설턴트, 자문,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셨는데요. 관련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보람은 무엇이었나요? 또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A. 우선 현장에서 어려웠던 점을 먼저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생활문화와 관련한 사회적 인식의 문제가 가장 고민되는 지점이에요. 생활문화와 관련해 사회 전반적으로 공공(지방정부나 중앙정부 같은)이 개인이 좋아서 하는 취미활동까지 비용을 들여서 도와줘야하는가 하는 의문들을 가지고 있었어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문화재단들이 동아리 활동을 도와줘야하는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는 의견이 팽배했고 여전히 그런 시선들은 존재하죠. 아무래도 그 근거를 설명해야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거 같아요.
그리고 보람됐던 일은 생활문화활동을 통해 지역 내에서 서로간의 교감과 소통이 이루어지고 이를 토대로 지역의 건강한 공동체와 역할이 생기는 사례를 발견할 때예요. 생활문화활동은 우선 개인적 욕구에 의해 시작하는 게 대부분이거든요. 그런데 같은 관심사로 모인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관심이 지역적 관심사로 확대돼요. 그 관심사가 문화자치의 근간이 되어주는 모습을 볼 때 상당히 보람되죠. 아직 많은 사례들이 나오고 있지 않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은 ‘생활문화=민주시민’ 이라고 표현해도 나쁘지 않다고 보거든요.
예를 들면 ‘내 집 앞에, 내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꽃들로 가드닝을 하고 싶어’ 라는 개인적 욕구로 출발을 해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요.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여러 활동들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기왕이면 이런 좋은 활동을 주변과 나누자라는 생각과 실천으로 확대 되는 거죠. 결국 나를 위한 생활문화 활동이 모두를 위한 우리를 위한 문화활동이 되는 셈이에요.
이런 사례들을 봤을 때 어떻게 보면 생활문화는 굉장히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어떤 연대가 생겼을 때 굉장히 좋은 사회의 안전망이 되거든요. 이런 모습이 제겐 보람이 됩니다.


Q. 관련 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사례들 중에 나누고 싶은 에피소드나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우선 남양주의 진접문화의집에서 진행했던 ‘나와유’라는 프로그램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나와유’는 ‘나’와 ‘너’(You) 라는 뜻도 있지만, ‘집에만 있지 말고 나와라’는 뜻도 있거든요.
이 프로그램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걸 가지고 나와서 만나자’는 취지로 기획됐어요. 그리고 소제는 ‘부침개’예요. 부침개 부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어느 집은 장떡을 부칠 수도 있고, 어느 집은 호박전을 부칠 수도 있잖아요. 내가 먹고 싶어서 부치지만, 이걸 누군가에게 대접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이 프로그램은 그게 계기가 돼서 지역 축제로 확장된 케이스예요. 생활문화적인 요소가 지역의 축제가 되고 공동체의 근간이 된 좋은 사례죠. 그리고 거기서 나아가 경기도생활문화플랫폼지원을 받아 ‘일상이 예술이 되고 마을이 무대가 되고 관계가 문화가 된다’는 취지로 또 하나의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일상이 예술이 된다’는 것은 내가 좋아서 꽃을 보는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지역의 작은 생활문화적 가치들을 발견한다는 의미고, ‘마을이 무대가 된다’는 의미는 찾아낸 생활문화적 가치를 지역과 나누고 공유한다는 의미예요. 그리고 이런 것들을 통해서 만난 사람들과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과 문화가 되는 거죠.
또 다른 사례는 경북 쪽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이 국악프로그램으로 악기를 배우는 거예요. 보통은 그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발표회를 진행하잖아요. 그런데 그곳은 농촌지역이라 농사를 지을 때 아이들과 같이 농사를 지어요. 그리고 중간 중간 논에 가서 아이들이 직접 배운 노래와 악기들을 가지고 벼에게 연주를 들려줘요. 실제로 그런 말이 있잖아요. 벼는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요. 아이들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서 전통의 국악과 일상을 접목한 과정들을 겪게 된 거죠.
한 가지 더 소개하자면 광주 대인시장에서 했던 ‘라이프 이즈 나이프’ 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시장은 칼을 쓰는 게 보통 일이잖아요. 이 칼이 가지는 생활문화적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전시회를 진행했어요. 수십 년 동안 사용해 다 닳고, 낡은 칼을 통해 상인들의 삶을 보여 준 좋은 전시였다고 생각해요.
거기서 진행했던 간판 전시도 너무 재밌었어요. 어떤 간판 중에 ‘일조상회’가 있길래 왜 ‘일조상회’로 지으셨냐고 물어보니까 30년 전에 딱 1조만 벌고 장사를 그만두려고 ‘일조상회’로 지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이런 간판에 얽힌 이야기도 모두 삶의 이야기잖아요. 생활문화의 범주를 의, 식, 주, 일, 놀이 등 모든 게 다 포함된다고 했던 것이 바로 이런 의미예요. 그분들에게는 생계수단이었지만 그 안에 일상의 문화가 녹아있는 거죠.
위의 사례들만 보더라도 우리가 예술 장르 중심의 동아리 활동만을 생활문화라고 하기엔 너무 편협한 생각일 수도 있는 거 같아요.


Q. 선생님은 생활문화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또는 하고 싶은 활동이 있으시다면요?
A. 생활문화 활동은 거의 못하죠. 누가 우스갯소리로 가장 심각한 문화소외계층은 문화활동가라고 할 정도니까요. (웃음) 저 역시 생활문화를 일로 하다 보니 즐길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어요.
하고 싶은 활동은, 저는 가끔 아주 힘들 때 1년에 3~4번 정도 오지로 캠핑을 가는데 거기서 음식이나 목공 같은 걸 해 보고 싶어요. 나무 때는 화덕 같은 거 하나만 있으면 주변에 바질이나 허브를 따서 판 만들어서 음식을 할 수 있잖아요. 그 활동 안에는 적정기술도 있고, 음식문화, 나눔 문화도 있고, 데코레이션 하는 것도 예술적 가치가 있는 활동이고요. 그런 것도 저는 좋은 생활문화라고 생각해요.
또 캠핑장비가 굉장히 비싸잖아요. 예전에는 기성품을 사는 걸 넘어서 대량생산 대량구매가 일반화였다면 최근에는 나만의 옷, 나만의 장비를 갖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크고요. 저 역시도 그런 욕구가 있기 때문에 캠핑도구를 나와 내 아이, 내 아내가 같이 앉을 수 있는 캠핑의자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Q. 일상의 생활문화활동을 하고 싶은 분들께 생활문화활동의 장점을 소개해 주세요!
A. 현대인은 다 외롭다고 하잖아요.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불현 듯 나의 존재에 대한 외로움은 누구나 있거든요. 나이가 많건 적건 청소년, 청년, 중년 나름대로의 외로움이 있죠. 이 외로움은 동질감의 문제이고 결국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해소되는 문제죠. 예를 들면 어떤 두 사람이 목공이라는 관심사를 통해 만났어요. 그리고 작품을 만들었는데, 제 3자가 볼 때는 둘 다 똑같이 못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서로는 ‘야, 너 이거 어떻게 만들었어? 대단한데? 거기다가 못은 몇 개나 박았어?’ 이런 식으로요. 이건 예술작품으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고민과 과정을 거쳐 만들었는지 공유하는 거거든요.
결국 서로의 활동을 지지하고 환대하고 응원하는 것들이 생활문화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인 거 같아요. 활동 자체보다도 그 안에서 얻는 동질감과 공감대 같은 것들이요.

Q. 생활문화를 하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어떻게 하면 생활문화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주시겠어요?
A. 우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게 먼저예요.
시간적, 물리적 여유가 있으면 주변을 돌아보게 되잖아요. 그리고 그런 여유가 있으면 무엇이든 발견을 하게 되고요. 아이들 같은 경우도 가장 좋은 놀이 방법 중 하나가 아무 것도 주지 않는 거랍니다. 그럼 아이들 스스로 주변에 나무 같은 거 주워서 가지고 놀며 규칙을 만들고 새로운 창조를 하게 되요.
그리고 생활문화활동은 우선적으로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보통 하는 방법이 검색을 하고, 가입하고 싶은 동호회의 활동 모습을 봐요. 그럼 일단 두려워지기 시작해요. ‘이미 저 사람들은 벌써 잘 어울리는데 내가 과연 저기에 낄 수 있을까’ 하고요. 그런데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게 생활문화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개방적이에요. 그렇게 만나는 방식이 자연스러운 사람들이거든요.
그래도 그 방법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생활문화센터에 방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사실 그거 잘 하자고 만든 공간이 생활문화센터거든요. 생활문화진흥원 홈페이지에 가면 내 주변에 생활문화센터가 어디 있는지 다 나와요.
꼭 생활문화센터가 아니더라도 민간에서 하는 작은 단위의 모임도 있으니 정말 생활문화활동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여러 방면의 방법을 모색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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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16년 10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