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진흥원 자료실

생활문화센터 리플렛

기타

[기획연재 3] Quality matters

발행처 생활문화진흥원 정책사업팀
발행일 2017.11
파일 [기획연재 3] Quality matters.pdf

2009년부터 매년 8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는 시장, 문화, 사회, 정책 간의 실용적인 ’결과물(outcomes)’을 추구하는 20인이 모이는 자리1)가 마련된다.


왼쪽) 최정화, 슈퍼플라워, 1995, 천, 압축기 팬, 전류 조정기, 사진제공: 최정화 오른쪽) 김홍석, 개같은 형태 2009, 합성수지. 호주 퀸스랜드아트갤러리 소장품

이 인사들은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로, 현직에서 각자의 고민거리들을 가지고 5일간의 코스 및 워크샵(International Summer School in Cultural Economics)에 참여하기 위해 암스테르담에 모인다.


1)   crearefoundation.nl 참조.



왼쪽) 최정화, 슈퍼플라워, 1995, 천, 압축기 팬, 전류 조정기, 사진제공: 최정화 오른쪽) 김홍석, 개같은 형태 2009, 합성수지. 호주 퀸스랜드아트갤러리 소장품

그리고 5일간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각자 해답을 찾아 각자의 위치로 복귀한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이 코스의 핵심은 한 문장의 질문으로 시작해서 문제를 파악하는 새로운 방법론의 활용법을 터득하게 되는 데에 있다.




1.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 아프리카에서 온 한 젊은 기업가는, 자국의 발전을 위해 창의력과 문화산업 간의 영향관계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이탈리아 사회적 기업의 지원을 담당하는 연구소장은 이탈리아의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사회 지향적 가치와 시장영역의 가치 사이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 한다. 호주에서 문화예술지원을 담당하는 한 고위 공무원은 민족정체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며 예술가 및 예술활동 지원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구체적으로 생성해 내는 것이라 하고, 미국의 한 지역문화재단 담당자는 지역문화예술 진흥을 목표로 지역에 적합한 지원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 어떤 젊은 사진작가는 자신이 태어난 탄광촌의 정체성을 후세대에 유산으로 물려주기 위해 자신의 고향에 재단을 세웠고 성공적으로 재단을 운영 하는 동시에, 자신의 예술적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어떤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디렉터는 공연예술의 진흥을 위한 지원체계의 구체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네덜란드의 한 예술가는 은행직원들의 창의성 증진을 위한 부서를 책임지고 있는데,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조화를 위해 어떻게 구체화된 프레임을 고안할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본다.


분명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즉 문화적 가치 혹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도 경제적 가치나 정책의 실효성과 같이 눈에 보이는 가치를 생산해 내어야 하는 쉽지 않는 숙제를 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이 일하고 있는 영역은 서로 상충되어 보이는 영역들을 섞어 놓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 모두 5일의 코스를 끝낸 후 밝은 표정으로 숙제를 해결하고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2.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프레임.

일반적으로 우리는,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및 지침을 준수하면서 열심히 시장에서 그 활동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다소 제한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시장에서 물건 혹은 서비스에 대한 가격이 매겨지고 거래가 이루어지면 가치가 발생된다고 여긴다. 명백히 이 사고방식의 저변에는 두 가지 영역만 존재한다. 시장 영역(Market sphere)과 정부 혹은 통치의 영역(Governance sphere). 오직 두 가지 영역으로 구성된 기존의 모델은 표준경제학적 접근법(Standard Economics Approach)에 기반 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문화 예술 활동과 GDP 간 상관관계가 측정되고, 탄광촌의 사진전을 지원했던 협찬기관들이 지원 활동을 통해 기관의 금전적 성과 창출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계산될 때, 그러한 활동들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지역예술 진흥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당위성을 갖기 위해서는 정량적 가치들로 편향된 렌즈를 통해 사업들의 가치에 대해 바라보게 된다. 예컨대, 입장관객 수나 입장권 판매 누적액, 총 매출이 어떤 사업을 설계하거나 그 성과를 측정하는 데 있어 그 사업이 창출하는 다양한 가치를 대변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분명 중요한 무엇인가 누락되어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경제학자인 아르요 클라머(Arjo Klamer) 는 이 누락된 가치들의 실질적인 평가를 가능케 하는 프레임을 만드는 데 수십 년간 넘게 집중해 왔고, 여러 단계의 실증적 과정을 거쳐 경제학적 담론 안에서 가치 기반 접근법(A Value based Approach) 이라는 새로운 대안적 프레임을 제시했다. 그리고 기존의 생산 및 소비과정에서 누락되었던 다양한 가치들을 포괄하여 모니터 및 평가할 수 있는 5-Sp 모델을 구상해 내었다. 이 모델은 시장 영역(Market sphere)과 정부 및 통치 영역(Governance sphere)은 물론, 문화적 영역(Cultural sphere), 사회적 영역(Social sphere), 그리고 가정, 즉 오이코스의 영역(Oikossphere) 들을 포함하는 모델이다(Klamer, 2016).


왼쪽) 최정화, 슈퍼플라워, 1995, 천, 압축기 팬, 전류 조정기, 사진제공: 최정화 오른쪽) 김홍석, 개같은 형태 2009, 합성수지. 호주 퀸스랜드아트갤러리 소장품[5-sp 모델2)]

가치기반접근법의 장점은 정량적 평가 뿐 아니라, 정성적 평가가 가능하며 그 적용 범주가 실로 다양하다는 데에 있다. 가치기반접근법에서 기본적으로 가정하고 있는 것은, 모든 지역, 모든 기업, 모든 기관 혹은 커뮤니티에서는 각자 다른 가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개발 가능한 정성적 가치 또한 획일적으로 정의될 수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노동시장의 질적 개선을 위한 구조적 모니터링(Quality Impact Monitoring3)), 도시재생정책 및 사업계획과정에서 비가시적인 가치들(문화적, 사회적 가치 등)의 잠재성 측정 혹은 사업의 전후 개선비교를 위한 지표개발, 지역문화축제 혹은 커뮤니티 단위의 문화 활동에 의한 파급효과분석, 로펌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성적)기업문화지표 개발 및 모니터링 등 다양한 정성적 측면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


가치기반경제 도서 표지 이미지가치기반경제 도서 표지 이미지

가치기반접근법은 CCS(Arts Council England, Arts Council of Ireland, Creative England, Creative Scotland, European centre for creative economy, European Cultural Foundation, European Creative Business Network 연합 파트너쉽)에서 문화 및 창의적 파급효과 평가를 위한 혁신적인 방법론으로 선정되었고, 이탈리아에서 사회적 디자인, 사회적기업, 문화적 협동조합 등의 개선과 평가를 위해 도입되었다. 또한 네덜란드의 여러 도시들의 재생 프로젝트들, 지역의 생활문화 진흥 및 자본화(경제자본 뿐 아니라 문화자본, 사회자본을 포함하는 의미로서의 자본화 과정)를 위한 가치 발굴 및 모니터, 평가를 위해 적용되어 왔다.


2)   Klamer, A. (2016). Doing the right thing: A value based economy, Ubiquity Press.
3)   원윤선. (2017). 가치기반경제. 워니북스.



요컨대, 지역의 문화와 사회, 경제를 바라보고 분석하는 가치기반접근법이라는 렌즈는 비단 경제적 가치 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문화적 가치와 같은 비가시적인 가치들의 비중을 측정하고 대상에 따른 차별성을 가시화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가치기반접근법을 적용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상의 공유가치(shared value)를 시각화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공유재(shared goods)의 생성을 위해 기여활동의사(willingness to contribute)4) 의 증진이 구체화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정책입안자와 실무자, 그리고 지역민들로 하여금 그 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강점과 약점이 다각도로 파악될 수 있도록 하며, 궁극적으로 가치기반접근법은 지역적 특성에 적합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제적인 활로를 마련하는데 기여한다.


최근 가치기반접근법(VBA)이 각광받아 온 이유는 유럽사회에서 양적성장에 대한 한계를 경험하면서 점점 더 질적 성장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예컨대, 실업문제 개선을 위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받은 대상자들이 100% 취업률을 자랑하더라도 석 달 이내 50%이상 다시 실업자가 되었다면 이 프로그램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지역의 특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결여된 채 외관이 화려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짓는 사업이 궁극적으로 그 지역에 기여하는 바는 무엇인가? 문화적 가치의 개발과 관광사업의 개발을 같은 맥락으로 오인하면서 어떤 작용이 관찰되었던가? 이미 유럽 사회에서는 지속가능성과 정량분석 간에 누락된 것들에 대해 경험했다. 그렇기에,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성분석모델은 유럽사회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 역시 단시간에 눈부신 양적 성장을 이루어 왔고, 이제 양적성장과 질적 성장 간의 조화에 좀 더 초점을 두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한국의 각 지역에서 보유하고 있는 가치는 실로 다양하기에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든 가치들은 시장가치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령, 농어촌 지역에서는 사회적 연대라는 사회적 가치가 더 특징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중소도시 지역에서는 창의성 개발을 위한 교육 문화와 같은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날 수도 있다. 또 어떤 지역에서는 경제적 가치는 높게 측정될지라도 문화적 가치는 낮게 측정될 수도 있다. 분명, 지역에 따른 문화적 가치나 사회적 가치의 비율은 다르다. 그런 점에서 클라머가 제시한 가치기반접근법의 5-sp 모델은 기존의 표준경제학적 접근법의 한계를 넘어, ‘지역의 문화자본 증진을 통한 지역재생 및 발전’ 이라는 이슈에 뛰어난 확장성을 보인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부상하면서 이제 우리는 규모의 경제가 아닌, 지속가능한 경제를 고민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관건은, 재무제표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문화적 가치, 사회적 가치들을 구체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프레임을 최적화 시키는 데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4)   Klamer, A. (2016). Doing the right thing: A value based economy, Ubiquity Press.



필자소개

원윤선(Youn Sun Won)은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대학Erasmus University Rotterdam의 Research Associate 로 문화경제학 전공 박사과정에 있다. CREARE 재단에서 Value of Culture 코스의 강의를 맡고 있으며, SEC 재단의 Research Associate로 가치기반접근법(VBA)에 근거한 도시자본 분석 및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질적 성장과 관련된 프로젝트들의 평가 분석과 이탈리아, 몰타의 다양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정성적 평가를 위한 지표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 시 정보 통신망 법에 의해 형사 처벌 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게시일 : 2016년 10월 12일